구식보안(old fashioned secyrity)

                                                                                        2014 03 27  지음아키씬


 

우리가 '근대'라는 삶을 살기 이전, 서로를 구분하는 방식과 서로의 영역을 구분하는 방식은 지금과는 분명 달랐을 것이다. 그 구분의 지점 어딘가에 방범창이라는 것이 있다.


우리네 근대화의 대표적 양상인 급격한 도시화는 민족 대이동이라 할 수 있는 전대미문의 사태를 일으켰고 방범창은 이 사태가 만들어낸 무수하고 다양한 오만 것들 중에 하나인 것이다. 급격한 도시화는 서로에 대한 경계의 구분을 요구했고 불안과 두려움 또한 안겨주었다.
수천년을 한결같이 마을의 삶을 살았던 이들에게 이러한 모든 것은 익숙한 것들이 아니었다.


나는 그러한 그들의 불안과 두려움으로부터 자신의 영역을 보호하려는 안스러운 모습을 그 옛날의 방범창에서 본다. 지금의 방범창이 아닌 그 옛날의 방범창. 그리고 이런 호소를 듣는 듯하다.
"이 시설물은 어디까지나 익명의 도시 범죄자를 막기 위해 불가피하게 설치한 것이지 결코 우리 이웃을 의심해서 설치하는 것은 아닙니다.
더욱이 이로 인해 저희 집과 우리 마을이 살벌한 모양새를 띄는 것을 원치 않습니다."

오래된 방범창일수록 낡았으며 다양한 무늬를 갖고 있다. 그 모양새는 서정적일뿐 아니라 애교스럽기까지 하다. 오래된 흔적은 겹겹이 덧칠된 여러 가지 색상의 페인트가 말해준다. 마을 사람들이 거의 모두 떠나가고 황량하기 그지없는, 이제 곧 흔적조차 없이 사라질 도심변두리 재개발 철거지역에서 이 방범창들을 수거했다. 앞으로는 두 번 다시 생겨날 것 같지 않은 지난한 삶의 흔적들을 주워 모아 조각보를 잇듯이 만들었다.

이제 우리는 이러한 방범창을 더 이상 만들어 달지 않는다. 우리 모두는 도시의 익명성에 충분히 익숙해 있기에 더 이상 이웃에게 그런 미안한 마음을 가지지도 않으며 더욱 안전하고 다양하며 경제적인 보안 씨스템이 가격대별로 나와 있기 때문이다. 다만 그 어떤 보안도 그처럼 서정적이지는 못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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